벼 - 이성부

벼는 서로 어우러져
기대고 산다.
햇살 따가워질수록
깊이 익어 스스로를 아끼고
이웃들에게 저를 맡긴다.

서로가 서로의 몸을 묶어
더 튼튼해진 백성들을 보아라.
죄도 없이 죄지어서 더욱 불타는
마음들을 보아라. 벼가 춤출 때,
벼는 소리 없이 떠나간다.

벼는 가을 하늘에도
서러운 눈 씻어 맑게 다스릴 줄 알고
바람 한 점에도
제 몸의 노여움을 덮는다.
저의 가슴도 더운 줄을 안다.

벼가 떠나가며 바치는
이 넓디넓은 사랑,
쓰러지고 쓰러지고 다시 일어서서 드리는
이 피묻은 그리움,
이 넉넉한 힘......




 네, 수업시간에 나왔던 시입니다. 중요한 건 이 시를 읽는 와중에 애들에게서 이런 소리가 들렸다는 겁니다.




 벼는 베어야 제 맛.



 아이고 윤열아. OTL.

 PS. 실화입니다.
 PS2. 이 글 쓰는데 학생 한 놈이 와서 편지 주고 가네요. 후후후. 감동입니다.
by 베라_크레이슨 | 2008/05/15 08:51 | 잡담. | 트랙백 | 덧글(4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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Commented by 파군성 at 2008/05/15 18:11
아이고 윤열아 OTL
벼...벼베고 팥쑤지 말라능! ㅠㅠ
다음에는 곡물류에 관련된 시를 읽혀보심은 어떻습니까[...]
Commented by 베라_크레이슨 at 2008/05/22 16:15
콩이라거나 팥이라거나 하는 시는 없어서 말이죠;;;;;
Commented by 파군성 at 2008/05/22 16:59
귤에 관한 시는 없습니까? 박성귤이라던가(...)
Commented by 베라_크레이슨 at 2008/05/23 08:11
귤말고 어륀지는 있습니다. 신동집 시인의 어륀지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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